Briefers

데일리 퀴즈 · 제2호

사서함 사십일 번

11시 2분에 인쇄기가 돌지 않았다. 조간신문은 열한 시가 되면 시계가 치듯이 기계를 돌린다. 그런 밤은 없다. 나는 유리 너머로 복도를 내다보았다. 공장으로 통하는 철문이 안쪽에서 왈칵 열렸다.

활자 방 한복판에는 큰 쇠 탁자가 있다. 활자를 짜 맞춰 신문 한 면을 올려놓는 탁자다. 휴 레드베터가 그 옆에 엎어져 있었다. 마흔여섯, 우리 신문의 밤 편집장이다. 뒤통수가 깨져 있었다. 활자를 두드려 고르는 나무망치가 옆에 떨어져 있었다.

경찰은 십오 분 만에 사람을 보냈다. 너털 형사는 이 건물 사람이 아니다. 들어오자마자 죽은 사람의 깃부터 들여다보았다. 깃은 아직 젖어 있었다. 그 밤에 진눈깨비를 맞으며 걸어 들어온 사람이었다. 그 젖은 깃 뒤쪽에 진한 보랏빛 파랑이 묻어 있었다. 손가락 넷이 잡아챈 자국이었다.

“이 건물에 파란 게 뭐가 있나.”

“파란 잉크 기계가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인쇄기 방 구석에 있는 작은 기계입니다. 이미 찍혀 나온 신문 귀퉁이 빈칸에, 늦게 들어온 경마 결과를 파란 잉크로 한 줄 얹습니다. 이 건물에서 파란 것을 쓰는 데는 거기 한 군데뿐입니다.”

“거기 잉크는 누가 채우나.”

“네드 핼러런입니다. 그 사람 하나입니다.”

형사가 연필 끝으로 깃을 눌러 보았다. “그럼 이건 그 사람 잉크구먼.” 나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 이름은 클렘 오크던이다. 스물둘이다. 거리 쪽 문 안쪽에 유리로 막아 놓은 작은 방이 있는데, 우리는 문간방이라고 부른다. 그 안의 전화 자리가 내 자리다. 여덟 시부터 신문이 나갈 때까지 전화를 받아 적는다. 축구 결과, 어느 집 굴뚝에 불이 났다는 소식, 동전이 떨어져 가는 사람이 공중전화에서 불러 주는 법정 이야기 넉 줄. 무엇이든 받아 적는다.

형사가 수첩을 폈다. “이 신문사는 주인이 누군가.”

“세 사람입니다. 큰일은 그 셋이 표를 던져 정합니다. 레드베터 씨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셋이 시내 회관에 모여 있었습니다. 신문 여러 개를 거느린 에인즈워스라는 회사가 쿠리어를 통째로 사겠다고 해 왔거든요. 파느냐 마느냐를 목요일에 표로 정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형사가 수첩에 이름을 넷 적었다. 그러고는 연필 끝으로 하나씩 짚었다.

“네드 핼러런. 아까 그 잉크 채우는 사람.”

“서른셋입니다. 손이 손목까지 검습니다. 성미도 그만큼 거칩니다. 10시 20분부터 인쇄기 방에 있었다고 합니다.”

“둘째, 콘스턴스 페티퍼 부인.”

“광고를 받는 창구를 맡고 계십니다. 쉰둘입니다. 에인즈워스 쪽 광고 계약을 한 해 꼬박 들여 따 오셨습니다. 그 계약은 신문사가 팔려야 삽니다.”

“오늘 밤에는.”

“10시 30분부터 창구에 계셨다고 합니다. 누구와 계셨느냐고 여쭈니 창구 일은 창구 일이라고만 하셨습니다.”

“셋째, 이소벨 데이커.”

“법원 소식을 쓰는 기자입니다. 스물아홉입니다.”

“법원 소식이라니.”

“그 주에 법원에서 있었던 일을 싣는 자리입니다. 누가 무슨 일로 얼마를 물었는지 이름까지 다 나갑니다. 금요일 신문에 실립니다.” 나는 잠깐 생각하고 덧붙였다. “데이커 양은 그 반 시간 사이에 편집실 계단을 내려왔다고 본인이 말했습니다. 몇 시 몇 분이었는지는 대지 못했습니다.”

“넷째, 월터 스트랭.”

“활자 방 반장이십니다. 예순하나고, 이 공장에서 서른한 해를 보내셨습니다. 쇠 탁자가 그분 작업대입니다.”

“나무망치는.”

“그것도 그분 물건입니다.”

“그때 거기 있었나.”

“없었습니다. 그게 이상합니다. 어디 계셨느냐고 묻는데 한 시간째 한마디도 안 하십니다.”

형사가 연필을 내려놓았다. “레드베터가 오늘 밤에 마지막으로 건 전화는 누가 받았나.”

“접니다. 10시 38분이었습니다. 사십일 번 사서함 앞으로 오는 편지를 누가 가져가느냐고 물었습니다.”

“사서함이 뭔가.”

“이름을 감추고 광고를 내는 사람에게 우리가 주는 번호입니다. 답장은 그 번호 앞으로 신문사에 옵니다. 주인이 창구에 와서 찾아갑니다.”

“그래서 뭐라고 했나.”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건 광고 창구가 맡는 일이니까요. 아래서 물어보겠다고 하고 끊었습니다. 6분 뒤에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형사는 내 책상 위에 이것저것 올려놓았다. 밤새 내가 적은 수첩, 벽에서 떼어 낸 1층 배치도, 창구에서 쓰는 광고 장부, 그리고 공장 휴지통을 쓸어 담은 종이 더미.

“이 건물에서 누가 무엇이든 시각을 적어 둔 건 자네 수첩뿐이야.” 형사가 걸상을 발로 밀어 주었다. “여기 앉게.”

“열한 시 십 분 전.” 형사가 말했다. “죽은 시각 말고, 그 앞의 아무 일 없던 일 분. 그때 다들 어디 서 있었는지 알고 싶네.”

전화 자리 위쪽 벽에는 검은 액자가 하나 걸려 있다. 불이 났을 때 소방대가 보라고 보험 회사가 그려 준 1층 배치도다. 소방대를 맞는 자리가 문간방이라 여기 걸어 두었다. 나는 못에서 액자를 내려 책상에 눕혔다.

그 옆에 내 수첩을 폈다. 밤새 건물을 도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밤 지킴이라고 부른다. 그가 자리마다 문간방으로 벨을 울리면 나는 그 시각을 적는다. 그 밤을 분 단위로 적어 둔 것은 이 수첩뿐이었다. 어느 방이 비어 있었는지는 여기서 나온다.

“이 종이에 넣을 사람이 누구누구인가.”

“데이커 양은 계단 위 층계참에 있었다고 했습니다. 층계참은 이 종이에 없습니다. 스트랭 씨는 건물 밖에 계셨고요.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둘 섞여 있습니다.”

“이름을 모르는 둘이라니.”

“10시 30분에 좋은 외투를 입은 덩치 큰 남자가 진눈깨비를 털면서 들어왔습니다. 저는 유리 너머로 등하고 모자만 봤습니다. 또 하나는 젖은 모자를 쓴 소년인데, 뒷골목 쪽문으로 들어왔다가 누가 붙잡기도 전에 가 버렸습니다. 밤 지킴이가 봤습니다.”

형사가 걸상을 끌어다 내 옆에 앉았다. 나는 배치도와 수첩을 나란히 놓고, 네모마다 사람을 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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