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건 · 8호
1926년 10월 17일 새벽 · 남태평양의 항구 도시, 큰길가의 활동사진관
토요일 밤 마지막 회가 끝나고 손님이 다 빠진 뒤, 구백 석짜리 활동사진관 사무실에서 극장을 빌려 꾸려 온 예순넷의 남자가 머리 뒤쪽을 두 번 맞고 죽었다. 금고는 열려 있었지만 한 주 동안 들어온 돈이 한 푼도 없어지지 않았다. 자정이 넘어 길모퉁이 초소에서 연락을 받고 뒷골목으로 들어선 것이 나였다.
자정을 넘긴 시각에 큰길 뒤 골목으로 들어섰다. 큰길은 여기서 항구 쪽으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골목은 그 비탈을 가로질러 집들 뒤를 지나간다. 포석이 젖어 모퉁이 가스등 불빛을 길게 늘여 놓았고, 그 등이 골목에 해 주는 일이라고는 그것뿐이었다.
골목 한쪽은 구백 석짜리 건물의 뒷벽이 통째로 막고 있었다. 창이 하나도 없는 벽돌이 고개를 한껏 젖혀도 끝이 안 보이게 올라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골목에서만 본 사람이라면 그 집을 석탄 창고로 알았을 것이다.
그 벽 가운데에 쇠를 덧댄 문이 하나 있었다. 문 위에 등이 하나 걸려 그 아래만 노랗고 그 위도 그 아래도 다 검었다. 등 밑에서 순경 하나가 발을 구르고 있었다.
문이 한 뼘쯤 열려 있었다. 문 안쪽에는 바람이 닿지 않게 벽에 붙여 놓은 걸상이 있었고 거기 예순이 넘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차양 달린 모자를 쓰고 실내에 입기에는 너무 두꺼운 외투를 걸친 채, 줄 친 공책을 덮어 무릎에 놓고 읽던 자리를 엄지로 짚고 있었다.
야간 소방원 톰 브리. 극장에서만 사십 년을 보냈고 그중 십일 년이 이 집이라고 했다. 열한 시 오십오 분에 둘째 순회를 돌다가 복도 끝에서 본 것을 알리려고 셔츠 바람 그대로 길모퉁이 초소까지 뛰어간 사람이었다.
"이 문으로 드나드는 사람은 내가 다 적소." 브리가 공책을 겨드랑이에 꼈다. "공책은 이따 가져다 드리리다. 먼저 보시는 게 낫소." 그러고는 못에 걸린 랜턴을 내려 들고 앞장섰다.
무대 뒤는 밧줄과 모래주머니 냄새가 났고, 사람으로 가득 찼다가 비워진 자리에만 도는 그 찬 기운이 돌았다. 짧은 층계를 내려가면 무대 앞 아래쪽 악단 자리였다. 보면대가 접힌 채 덮개를 쓰고 있었고 큰북 하나가 차 주전자 덮개 같은 것을 뒤집어쓴 채 앉아 있었다.
다시 올라가 객석으로 들어서니 먼지와 귤껍질 냄새가 났다. 의자 구백 개가 어둠 속에 양쪽으로 줄줄이 서 있었고 그중 어느 자리도 차 있지 않았다. 랜턴 불빛이 지날 때마다 등받이가 떠올랐다가 다시 어둠에 잠겼다.
객석 위쪽 문을 지나 정면 로비를 가로지르면 그 뒤로 짧은 복도가 있었다. 복도 끝의 문 하나가 열려 있고 그 안에서 가스가 타고 있었다. 이 건물에서 불이 켜진 방은 거기 하나였다.
태런트는 자기 책상 옆에 엎드려 있었다. 예순넷이었고 이 극장을 이십일 년째 빌려 꾸려 온 사람이었다. 덩치가 큰 남자였고 셔츠 바람이었으며 외투는 아직 의자 등받이에 걸려 있었다.
머리 뒤쪽이 두 번 맞아 갈라져 있었다. 난로에서 나온 부지깽이가 손에서 한 걸음쯤 떨어진 깔개 위에 있었고, 경찰의가 가방을 열어 놓고 그 옆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너머 구석에 금고 문이 활짝 열려 있었는데, 금고는 비어 있지 않았다. 봉인한 자루 넷이 선반에 그대로 얹혀 있었다.
"삼백사십 파운드요." 브리가 문간에 선 채로 말했다. "한 주 동안 들어온 돈이오. 월요일에 은행에 넣소. 나 같은 사람 주급이 삼 파운드니, 꼬박 두 해를 벌어야 만지는 돈이오. 봉인에 손댄 자리가 하나도 없소."
압지 위에 토요일 정산표가 책상 모서리에 맞춰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그날 회차를 한 줄씩 내려가며 들어온 손님 수를 적고 받은 돈을 오른쪽 칸에 적는 종이였고, 글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 것이었다. 작고 곧은, 사무 보는 사람의 글씨였다.
그 글씨는 넷째 줄에서 돈 칸에 닿기도 전에 그냥 끊겨 있었다. 마지막 글자의 잉크가 앞의 어느 글자보다도 진하지 않았다 — 펜을 대고 망설이다 만 자리가 아니었다.
끊긴 자리까지, 오른쪽 칸을 따라 파란 색연필 자국이 한 줄에 하나씩 내려와 있었다. 누가 숫자를 짚어 가며 표시를 하다가 글씨가 끊긴 바로 그 자리에서 같이 멈춘 것이었다. 색연필은 책상 밑 굽도리까지 굴러가 있었다. 발에 차이면 그쯤 갈 자리였다.
책상 건너편에서는 손님이 앉는 의자가 책상 앞으로 바짝 당겨져 상판과 나란히 맞춰져 있었다. 일어서면서 뒤로 밀어 둔 의자가 아니었다. 의자 옆 바닥에는 지우개 하나와 띠를 두른 표 뭉치가 놓여 있었다.
창은 닫혀 있었고 걸쇠가 걸려 있었는데, 걸쇠는 오래된 페인트가 덮여 뻑뻑해서 손가락에 힘을 주어야 겨우 움직였다. 이 방에는 문이 하나뿐이고, 그 문은 정면 로비 뒤 복도로 열리며, 로비의 정문은 손님이 다 빠지면 안에서 빗장을 지른다.
이 글씨가 누구 것이냐고 물었다. "매표소 슬레인 양이오." 브리가 말했다. "순경이 한 시간 전에 하숙에서 데려다 로비에 앉혀 놨소. 아직 외투도 안 벗고 있습디다."
책상 옆 상판 아래에 가죽 서류 가방이 서 있었다. 덮개 위로 끈 두 개가 고리까지 단단히 잠겨 있었다. 나는 그것을 채운 채로 두었다. 태런트를 내갈 때까지 이 책상 위의 것은 하나도 움직이지 말라고 순경에게 일러 놓고 복도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