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건 · 6호
1931년 10월 22일 목요일 밤 · 상하이 외국인 구역, 큰길의 조제 약국
시월 하순, 상하이 외국인 구역의 큰길에서 약국 주인이 죽었다. 가게 문은 저녁 일곱 시에 잠기고 그 뒤로는 벨을 울려야 열리며, 위층 거처로 오르는 계단은 하나뿐이다. 열한 시 반을 넘겨 점원이 경찰서로 뛰어왔고, 나는 외투를 걸치고 걸어서 그 집으로 갔다.
열한 시 반이 넘은 당직실은 난로를 끈 뒤라 발끝이 시릴 만큼 식어 있었다. 순경이 적어 내 책상에 올려 둔 전갈은 짧았다. 큰길 약국의 점원이 모자도 없이 뛰어 들어와 주인이 죽었다고 했고, 그러고는 한동안 숨을 고르지 못했다. 순경 하나가 먼저 가 있고 경찰의도 불러 두었으며, 그 집 사람들은 아직 아무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누구든 하나는 가서 보아야 했고, 그 누군가가 나였다. 나는 외투를 걸치고 모자를 집었다.
걸어서 십 분이면 닿는 거리였다. 시월 하순은 이 도시에서 한 해 중 가장 나은 철이다. 마르고 서늘하고, 해가 지면 공기에 날이 선다. 낮에 물을 뿌린 큰길의 돌바닥만 젖어서 가로등을 되비쳤고, 전차는 끊긴 지 오래라 궤도 두 줄이 그 빛을 길게 끌고 있었다. 골목 어귀를 지날 때마다 아침까지 불씨를 묻어 둔 화덕의 석탄 연기가 끼쳤고, 담 안쪽에서 누군가 대야의 물을 버리는 소리가 났다.
여기는 외국 사람들이 저희끼리 꾸려 가는 구역이다. 저희 의회가 있고 저희 하수도가 있고 저희 경찰이 있다. 나는 그 경찰로 열한 해를 지냈다.
약국은 가게가 죽 붙어 선 줄의 한가운데, 큰길이 꺾이는 자리에 있었다. 회색 벽돌 삼 층이고, 앞면을 가로질러 금박 글씨의 간판이 걸려 있었다. 두 사람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 펜로즈와 아인슬리, 조제 약국. 유리문 앞으로 덧문이 내려져 있었고, 그 옆 벽에 사람 손이 닿는 높이로 엄지만 한 놋쇠 단추가 하나 박혀 있었다. 밤에 약을 사러 온 사람이 누르는 것이다. 이 집 앞면에 불빛은 하나뿐이었다. 덧문 판 두 장이 꼭 맞지 않는 자리로 안의 등불이 손가락 굵기로 새어 나와 돌바닥에 누워 있었다. 머리에 천을 감은 인도인 순경이 뒷짐을 지고 그 앞에 서 있었고, 새어 나온 빛이 제복 가슴을 백묵 자국처럼 가로지르고 있었다. 순경이 경례를 하고 돌아서서 주먹으로 덧문을 두 번 쳤다. 안에서 빗장이 벗겨졌다.
덧문이 소리를 내며 올라가고 유리문이 안에서 열렸다. 먼저 나온 것은 냄새였다. 감초와 알코올과 밀랍, 그리고 그 아래로 내가 끝내 이름을 붙이지 못한 달큼한 것 하나. 약국에서만 나는 냄새다. 안은 좁고 길었다. 긴 나무 카운터에 등불 하나가 켜져 있었고, 그 빛이 양쪽으로 유리 진열장과 상표 붙은 갑들을 보여 주었다. 한쪽 벽은 통째로 작은 서랍이었고 서랍마다 라틴 글자가 적혀 있었다. 카운터 뒤에는 접이식 침대가 펴진 채 담요가 한쪽으로 밀려 있었다. 문을 열어 준 것은 열일곱쯤 된 소년이었다. 아쿠이, 이 가게의 점원이다. 잠옷 위에 겹쳐 입은 웃옷 단추가 어긋나 있었다.
왜 가게에서 자느냐고 물었다.
"밤에 벨이 울리면 문을 열어야 하니까요." 아쿠이가 카운터 뒤를 가리켰다. 침대 머리 위 벽에 받침 접시만 한 놋쇠 벨이 달려 있었다. 누워서 손을 뻗으면 닿을 자리였다. "잠자리랑 밥은 여기서 주고, 품삯은 한 달에 십 달러예요."
어젯밤 일을 물으니 아쿠이는 카운터 서랍을 열어 공책을 꺼냈다. 학생이 쓰는 공책이었고 표지에 끈으로 연필이 매여 있었다. 누가 몇 시에 나가고 들어왔는지를 적어 두는 공책이라고 했다.
"제가 들어올 때 주인님이 그렇게 정하셨어요." 아쿠이가 공책을 등불 아래로 밀어 놓았다. "문이 잠긴 뒤로는 이 공책이 이 가게의 밤이에요."
연필로 눌러 쓴 글씨가 날짜마다 두세 줄씩이었고, 어젯밤 줄만 다섯 줄이었다.
"여섯 시 오십 분에 펜로즈 부인이 차로 나가셨고, 일곱 시에 제가 정문을 잠그고 덧문을 내렸어요. 일곱 시 오 분에 벨로바 양이 나가셔서 제가 뒤로 빗장을 걸었어요. 아홉 시 오십 분에 부인이 벨을 울리셔서 제가 열어 드렸고요." 아쿠이가 연필 끝으로 마지막 줄을 짚었다. "열한 시 십오 분은 제가 경찰서로 뛰어간 거예요."
일곱 시 오 분에서 아홉 시 오십 분 사이에 벨이 울린 일은 없느냐고 물었다.
"없어요." 아쿠이가 머리 위의 벨을 올려다보았다. "저건 제 머리 바로 위에 있어요. 자다가도 깨요."
나는 밖으로 나가 놋쇠 단추를 눌러 보았다. 등 뒤에서 가게가 화재 경보처럼 울렸다. 유리 진열장이 같이 떨릴 만큼 큰 소리였는데, 길에 선 순경은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내가 들어서자 아쿠이가 공책을 내밀었다.
공책을 수첩에 끼우다가 카운터 뒤 벽이 눈에 들어왔다. 놋쇠 고리를 박은 열쇠판이었고 고리마다 열쇠가 걸려 있었다. 맨 아래 고리에는 공책과 같은 연필 글씨로 '골목 문'이라 적혀 있었는데 열쇠가 하나도 없고 꼬리표만 셋 남아 있었다. 'Mr. P', 'Dr. A', 'Wong'. 마지막 꼬리표의 이름이 누구냐고 물었다.
"왕 파오샨 선생님이요. 이 가게 매판이에요." 아쿠이는 숟가락을 어느 손으로 쥐는지 알려 주는 아이처럼 그 말을 했다. "중국 거래처는 펜로즈 씨한테서 사는 게 아니고 그분한테서 사요. 거래처를 찾고 주문을 받는 것도 그분이고, 외상에 이름을 걸어 보증을 서는 것도 그분이에요. 그래서 거래처가 돈을 안 갚으면 주인님은 거래처가 아니고 그분한테 받아요. 이 도시 외국 상사는 다 매판을 둬요."
골목 문이 어디냐고 물었다.
"약 짓는 방 뒤예요. 열쇠는 세 분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세요. 저 판에는 꼬리표만 걸어 둬요. 열쇠가 몇 개인지 알아 두려고요."
위층으로는 어떻게 오르느냐고 물었다.
"계단은 하나예요. 그것도 약 짓는 방 뒤에 있어요. 가게에서 올라가려면 그 방을 지나야 해요."
아쿠이가 등불을 들고 앞장섰다. 카운터 끝의 문을 지나자 약을 짓는 방이었다. 이 집에서는 조제실이라고 불렀다. 가게보다 춥고, 에테르 같은 냄새가 났다. 등불이 지나가는 만큼만 보였다. 대리석 판을 얹은 작업대, 저울 두 개, 벽을 채운 갈색 병들. 방 한쪽에 유리문을 단 장이 서 있었고 등불이 그 유리를 한 번 번쩍 지나갔다. 아쿠이가 독한 약을 넣고 잠가 두는 장이라고 했다. 그 뒤 벽에 철판을 댄 문이 닫혀 있었고 무거운 자물쇠가 물려 있었다. 골목으로 나가는 문이었다. 계단은 그 옆에서 곧장 위로 꺾여 올라갔고, 위에서 사람 목소리가 낮게 들렸다. 나는 등불을 돌려주고 계단을 올랐다.